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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박연 (상)

  • 지은이 : 홍순목
  • 출판사 : RHK
  • 발행일 : 2013-07-17
조선인 박연 (상)
  • 서비스 형태 epub
  • 이용가능환경 PC, 스마트폰,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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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사 영풍문고
  • 보유권수 5권
  • 대출 0권
  • 예약 0권
모국을 가슴에 묻고 조선에 헌신한 벽안의 무관! 한국 최초의 귀화 유럽인 박연의 삶을 그린 소설 『조선인 박연』 상권. 380여 년 전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조선에 표착한 네덜란드인 얀 얀스 벨테브레. 네덜란드동인도회사 선원으로, 동양의 바다를 주름잡던 해적으로, 조선의 훈련도감 내 외인부대의 대장으로, 조선의 화포무장에 기여한 무관으로, 모국 동포 하멜에게 조선의 말과 풍속을 가르친 통역관으로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인간 박연의 생애를 추적한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많은 부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그의 삶을 되살려냈다. 인조 5년, 네덜란드동인도회사 선원 출신의 해적 벨테브레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조선 땅에 표착한다. 조선에 들어온 외국인은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국법에 따라 벨테브레는 일행과 함께 경주부 관아로 압송되고, 옥사에서 훈련도감의 젊은 낭청 이완과 조우한다. 탈출을 시도하는 벨테브레가 신기에 가깝게 총을 다루는 모습을 본 이완은 이 푸른 눈의 서양인이 조선에 필요한 인물임을 직감하는데.... ▶책 속으로 성문 앞 수문졸의 눈이 문득 휘둥그레졌다. 관아로 향하는 성문 거리를 걸어가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비명을 올렸다. "에구머니나! 저게 뭐야?" "대체 사람이야 짐승이야? 세상에 저렇게 생긴 짐승이 다 있어?" 본 적이 없는 괴상한 차림의 괴한들이 포승에 묶여 끌려가고 있었다. 차림새보다 더욱 기이한 것은 그들의 생김새였다. 붉고 노란 머리카락에 추녀마루처럼 드높은 코, 푸른빛이 쏟아져 나오는 눈, 회분을 바른 듯 허여멀건 피부, 자신들보다 족히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이는 체구...... 그런 자들이 하나, 둘, 셋. 그리고 그들 곁에 꾀죄죄한 몰골의 꼬마 하나가 조롱박처럼 매달려 있었다. 성문 거리가 금세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람들이 행렬의 뒤를 따르며 저마다 놀란 소리를 냈다. "두 발로 걷는 걸 보니 필시 짐승은 아닌 것 같은데...... 살다 살다 저런 인종은 처음 보네. 거참, 희한하게도 생겼다." 「상권 중에서」 이완은 바다 너머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불어오는 수상한 바람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꿈꿔본 적이 없을 만큼 강성한 그 무엇. 낯선 땅, 낯선 인종, 낯선 문명, 낯선 질서로 이룩된 낯선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낡은 칼이 아니라 새로운 총의 세상. 무기력한 이법의 세상이 아니라 강력한 무력의 세상. 안정과 질서와 평화의 세상이 아니라 혼돈과 갈등과 전쟁의 세상. 화합과 선린이라는 인간의 윤리가 아니라 우승열패, 적자생존이라는 금수의 법칙이 칼날처럼 벼려진 세상. 그들이 다가와 이 땅의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맞이할 것인가. 「상권 중에서」 낮 동안의 소음과 인기척은 사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요만이 사방에 가득했다. 피에테르츠와 히아베르츠는 목에 찬 형틀과 등의 상처로 인해 어깨를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불안한 잠에 빠져 있었다. 불길한 생각이 벨테브레의 머릿속을 채웠다. 모든 것이 나빠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선인 소년은 사라져버렸고, 더 이상 심문도 없었다. 저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판단과 결정을 내렸음이 분명했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다. 대체 무엇이, 어떤 사악한 힘이 자신을 이 낯선 땅으로 내몬 것일까. 거기에 어떤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는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한때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전사였고, 데레이프 길드의 솜씨 좋은 재단사였고, 선원이었고, 해적이었고, 지금은 야만인의 옥에 갇힌 죄수였다. 여기에 어떤 신의 섭리가 깃들어 있단 말인가. 옥사 바닥에 미끄러지듯 흔들리는 불빛을 보며 벨테브레의 표정이 결의로 굳어졌다. 신의 섭리가 무엇이든 자신의 운명을 야만인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상권 중에서」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가? 노새새끼 한 마리를 만들어 놓은 주제에 그게 마음에 겨워 술을 마시고 춤을 추었다네. 부끄러운 건 아니네. 부끄러운 건 이놈의 나라지. 제 나라의 험한 일, 궂은일은 다 시키면서 결코 같은 백성으로, 인간으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이 비겁한 나라가 부끄러운 거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내 자식이 노새 새끼인 것만은 내 모가지가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것만큼이나 분명한 사실일세. 노새나 버새도 말의 종자이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자네들이 더 잘 알 걸세. 평생 허리가 끊어지도록 짐이나 져야 하는 잡종의 운명을 말이야." 「상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