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함성이 광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우리 시대의 괴물,
그 형체 없는 목소리의 공포!
1995년 등단 이후 8년 동안 7권의 책을 써낸 뒤 돌연 잠적, 10년 만에 침묵을 깨고 나타난 소설가 백민석이 또다시 엄청난 괴력으로 소설을 써내고 있다. 2013년 복귀와 함께 출간한 소설집 『혀끝의 남자』 이후 「수림」 연작과 「아트 워」 연작 등을 발표하는 동시에 『문학과사회』에 연재한 장편소설 『공포의 세기』를 책으로 엮었다. 무서운 존재가 어느 날 살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와, 꿈과 현실을 쫓아다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괴물로 태어나거나,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모비라는 괴물 같은 소년의 잔인무도한 강도 행각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튀어나온 망령이 경, 심, 령, 효, 수라는 인물들을 따라다니며 기괴한 행동과 범죄를 이어가게 하는 가운데, 이들은 불의 혀라는 사인으로 우리 세기의 괴물로서의 인증을 해 보인다. 악의 경계도 범주도 없는 우리의 세기, 2016년 오늘,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여기에 펼쳐진다.
오늘날 우리는 각종 악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 혐오 범죄, 권력형 비리, 지위를 앞세운 성범죄 등 약자를 향한 범죄에 우리 시대의 모두가 몸서리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 앞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그 실체와 대상이 불분명할 때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공포의 세기』에서는 모두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서 공통된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어느 날 도처에서 각자의 타깃을 향해 테러를 저지른다. 서로 간에 원한도 선과 악의 경계도 불분명하다. 눈에 안 보이고, 실체가 없고,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잡히지 않는 말 그대로 호러에 가까운 악의 현현. 이성이나 과학 같은 근대성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것. 소설의 중심축이 되는 모비는 그렇게 만들어진 안티크라이스트이다. 작가는 이러한 악의 모티프가 코스모스의 질서가 아닌 카오스의 질서에서 살아가는 현대성의 표현이며, 이것은 헬조선이라는 삶의 조건일 수도 있고 더 근본적인 무언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대라는 조건에서 더 이상 장발장은 없다. 다만 우리 안에 악의 조건이 있을 뿐이다. 내가 언제든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공포의 세기』가 전하는 또 하나의 공포다.
"엽기"라는 우리 시대 문화 코드의 한 대표적 사례로 여겨졌고, 충격적인 언어와 기괴한 상상력으로 일찌감치 문단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준 작가이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르도 스타일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매번 바꾸어 가면서 쓸"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피비린내 나는 살인과 유혈 낭자한 이미지로 상징되었던 엽기라는 문화적 코드도 작가에게는 하나의 경향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러셔』등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소년이 등장한다. 어른인 등장인물 역시 심리적으로는 소년인 상태의 어른들로 보인다. 현실의 인물을 기준으로 볼 때 기괴한 인물을 등장시킨다고 평가받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반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날렵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이러한 문체는 힘 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절필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작품을 들여다보자.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는 유치함을 가장한 대담한 글쓰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백민석의 연작소설집이다. 작가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한 인류의 신상품들을 만화처럼 그리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음산한 해학과 통찰을 보여준다. 『내가 사랑한 캔디』는 백민석의 미혹과 파격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가진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발기부전에 시달리거나 동성애에 빠지거나 지강헌과 같은 총잡이를 꿈꾸는 "90년대 낙오자들"의 절망과 허기를 그려 내고 있다. 새로운 감성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창조한 이 소설은 90년대식 소설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죽은 올빼미 농장』의 주인공은 도심에서만 성장한 전형적인 "아파트먼트 키드"로, 이미 서른이 넘긴 나이임에도 "인형하고만" 대화를 나누며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 가사에 집착하기도 한다. 작가의 전유물인 인형과 복화술을 기반으로 아파트먼트 키드라는 기형적 인간의 내면을 탐사해나가는 작가의 상상력에는 보다 순화된 인간적 순정이 느껴진다. 저자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유년을 보낸 아이들을 두고 내가 한 주장은 확신이 실린 것이 아니다. 아마도 소설 내적 원리에 충실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 주장들은 틀렸거나, 아니면 옳다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에는 시종일관 유령이 출현한다. 그 유령은 동화적이거나 환상적인 귀신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그 자체다. 여기에 백민석이 말하는 공포가 있다. 그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그 공포로부터의 탈주이며 그 공포의 탈신비화 작업이다. 이 책에 대하여 평론가 손정수는 "백민석의 최근 소설들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한 극단을 보여준다. 곧 "직사광선 아래 놓아둔 빠닥빠닥한 알루미늄 포일처럼 쿨하면서도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그것이다. 일상화된 주체로서의 "나"에게 "무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전조"처럼 다가오는 이 타자들의 세계, 그것은 텍스트화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도정 끝에서 백민석이 발견해낸 환각과도 같은 출구를 표상한다."라고 평한다.
『목화밭 엽기전』는 납치, 린치, 강간, 살상, 포르노그라피... 시종 주위를 떠도는 언어들이 단말마의 비명 소리에 섞여 몸과 마음을 옭아매고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는 곳까지 철저하게 몰아세우는 충격적 소설이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목화밭 엽기전』은 윤리가 부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윤리적 가능성 자체를 조롱한다. 이를테면 인간이 야수의 상태를 넘어선 윤리적 존재라는 믿음은 작중인물들이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미신이다."라는 평을 했다.
나는 아무도 아니다
나는 모두다
이주일 디너쇼
내 마음은 늑대와 함께 갇혔다
블러디 메리
폭굉
나는 내 안에서 나를 잃었다
불이 그 구름 가운데 있으리라
열쇠와 책
혀가 말한다
너희가 우릴 만들었다
내 이름은 공포다
불의 혀
공포의 왕